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1.에너지 살림

2013년 에너지독립하우스를 지었다. 원자력 전기와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우리집에 내리 쬐는 태양에너지만으로 이렇다 할 불편함 없이 살아보자는 꿈을 가지고 시작했고, 그 꿈은 100%는 못 되어도 90% 이상 이루고 있다.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에 대한 1차 보고서 정도로 생각하고 여섯 회에 걸쳐 소개한다.

2019년 7월 3일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1. 에너지 살림
2. 내 똥이 검은 흙 되어 밭에 들어가다
3. 봄철 실내 공기질은 덤
4. 하수독립, 버릴 것 없는 물살림
5-1.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1/2)
5-2.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2/2)


에너지 살림

에너지독립하우스란 한전으로 대표되는 거대 에너지 시스템에 묶여있지 않고 자기 집에서 얻은 태양에너지와 기타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필요한 에너지살림을 모두 다 해나가는 집을 말한다. 이러자면 햇빛 발전설비와 에너지 저장설비 등 에너지독립시스템이 필요할 뿐만아니라 아주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쾌적한 실내 여건이 마련되는 파시브하우스로 집을 지어야 한 집 지붕 정도에서 얻는 햇빛 전기만 가지고 에너지살림을 꾸릴 수 있다. 우리집인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는 난방에너지요구량이 연간 평방미터당 7kWh 가량 되는 연면적 약 100 m²규모의 파시브하우스에 6kW 용량의 에너지독립시스템이 설치된 집이다. 함께 에너지살림을 하는 옆집 에너지독립하우스 2호는 난방에너지요구량 연간 평방미터당 14kWh 가량 되는 비슷한 크기의 파시브하우스이고 5kW 에너지독립시스템이 얹어져 있다.

에너지독립하우스에서 사는 것이라고 해봐야 일반 주택에서 사는 것과 그닥 다를 것은 없다. 살다 보면 특별한 집이란 건 쉬이 잊는다. 다른 것이 있다면 늘 해를 바라보며 살림을 산다는 정도일 것이다. 날이 맑은 낮에는 에너지가 드는 일들을 많이 하고, 궂은 날에는 에너지살림을 긴축한다. 낮에 태양 전기로 온수를 만들어 두었다가 저녁에 쓰고, 빨래나 청소, 큰 요리 같은 일도 어지간하면 맑은 날 낮에 한다. 물론 밤에도 저장된 에너지로 불켜고 컴퓨터 쓰고 음악 듣고 음식 데우고 차 마시고 하는 일들을 다 하지만 에너지가 과하게 드는 일들은 가급적 피한다. 제철 음식이 있는 것처럼 햇빛 살림에는 ‘제때 일’들도 있다 할까. 물론 낮에 집을 비우는 직장인들은 ‘낮일’을 밤에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겠지만 타이머나 원격 스위치 같은 보조 기기들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때에 맞춰 에너지살림을 할 수 있다.

내 집에 떨어지는 햇빛만으로 살아간다고 늘 쪼들릴 거라 넘겨짚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해가 좋은 편이라서 에너지독립하우스의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은 에너지가 넘친다. 저장 공간에 다 담을 수 없어 넘쳐버리는 햇빛이 아까운 시기가 태반이다(실제는 배터리 충전이 다 되고 나면 해가 나도 발전량이 뚝 떨어지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럴 때면 에너지 사치도 부린다. 전기먹는 하마라 할 만한 오븐을 써서 오븐 요리를 하기도 하고, 오래오래 고아야 하는 탕 요리도 할 수 있다.

반면 겨울철에는 에너지 긴축이 필요하다. 맑은 날이면 겨울이라 해도 전혀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지만 흐린 날은 저장된 에너지에만 오롯이 의존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럴 때면 난방과 같이 꼭 필요한 것을 우선하고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살림은 맑은 날로 미뤄둔다. 다른 계절 흐린 날도 비슷하다. 덕분에 에너지 넘치는 맑은 날은 바쁘다. 외려 흐린 날에 할 일이 덜하다. 에너지독립하우스에서는 해가 나면 나는대로 좋고 해가 들면 또 그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

겨울에는 단점이 한 가지 있다. 난방을 많이 하는 집도 그러하긴 하겠지만 실내에서 도무지 바깥 기온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숫자로 찍히는 온도 정보를 보고 외출 옷을 챙겨 보지만 막상 문 밖에 나갔다가 생각보다 추워서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바깥 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파시브하우스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렇게 파시브하우스로 지어진 에너지독립하우스는 겨울철 난방에너지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집의 경우는 겨울철 난방을 잘 하지 않는다. 해가 나는 날은 전혀 난방이 필요없고, 흐린 날에도 난방을 해야 하는 날이 얼마 안 된다. 이번 겨울 우리집이 난방에 쓴 에너지는 46kWh 정도이다. 우리집은 냉난방기(히트펌프)로 공기 난방을 하는데, 매서운 추위가 왔던 1월 에너지소비량이 약 21kWh였고 2월에는 9.5kWh를 썼다. 1월달에 보름 정도 집을 비우지 않았다면 아마 45kWh는 썼을 것 같다. 그렇게 보아도 70kWh 가량 될텐데 이건 난방등유 7리터, 또는 도시가스 250MJ에 해당하는 양이니 난방에는 거의 에너지가 들지 않았다고 해도 될 만하다.

에너지독립하우스

에너지독립하우스 2호는 우리집보다는 난방에너지가 더 든다. 하지만 여기에도 거창한 난방 설비는 필요하지 않다. 1kW 출력의 작은 전기난로 하나로 충분히 실내를 훈훈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다른 곳 같으면 겨우 개인 난방기로 쓰거나 잘 해야 작은 방 하나 덥히는 데 쓸 작은 난로를 거실에 놓고 희망온도를 20℃로 맞춰놓으면 저 혼자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면서 1층 전체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준다. 이 난로는 지난 겨우내 375kWh 가량의 에너지를 썼다. 카펫 위의 전기요가 썼을 것까지 고려해보면 아마도 450~500kWh 정도라 추정되는데 겨우내 평방미터당 5kWh 내외의 난방에너지를 썼다고 할 수 있겠다. 500kWh라면 보일러등유 약 50리터, 또는 도시가스 1800MJ로 환산된다. 각기 겨울 한 철 난방비가 6만원(난방등유 리터당 1200원시)과 3만원(도시가스 MJ당 16원시) 정도되는 수준이다.

2015년 1월부터는 ‘에너지독립률’이라고 하는 것을 계산하고 있다. 애초 에너지독립하우스의 목표는 원자력으로 오염된 전기를 무차별적으로 공급하는 한전과 연결을 끊고 ‘우리 전기’만 가지고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용과 공간상의 제약 때문에 에너지 저장설비를 충분하게 갖추기 어려운 여건에서는(이게 대부분의 여건이지만) 저장된 전기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비상에너지설비가 필요하다. 비상설비가 없으면 정전을 피할 수 없다. 문자 그대로의 에너지독립을 위해서는 이 역시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설비가 되어야겠는데 비용 부담이 아주 크다. 아쉬운대로 값싼 화석연료 발전기를 쓰자고 해도 너무 불편이 커서 쓸만하지가 못하다. 때문에 당분간만 한전의 계통 전기를 비상설비로 쓰기로 하고 2015년 1월부터 에너지독립시스템에 연결하였다. 이 때부터 우리집에서 얻은 ‘우리 전기’와 한전의 ‘계통 전기’를 구분하여 말하고 있는데 ‘우리 전기’로 살아가는 비율인 에너지독립률이 지금까지 평균 90%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겨울에는 저장설비 관리 실수로 에너지독립률이 많이 떨어졌는데 겨울 끝자락에서야 원인을 파악하여 뒤늦게 조치를 취하였다. 현재 우리집에서 쓰고 있는 납축전지는 사용자 관리가 꽤 필요하여 이후의 에너지독립하우스에는 권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리튬이온전지 등을 가정용 에너지 저장설비로 갖추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인만큼 100%가 되었건 90% 이상 에너지독립률이 되었건 에너지독립을 위한 기술적인 장벽은 많이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에너지독립하우스를 짓고 사는 이유는 특별할 게 없다. 적은 에너지로 더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집에 살고 싶었고, 원자력과 화석연료없이 남에게 폐끼치지 않고 내게 주어진 햇빛만으로 살고 싶었다. 우리집에서 태양광 발전을 한다고 해도 한전과 연을 끊지 않는 이상 밤에는 피묻은 원자력 전기가 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계통연계’가 아니라 ‘독립’을 택했다. 아쉽게도 비용과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끊었던 한전 계통을 비상용으로나마 다시 연결하고 독립율을 셈하고 있지만 먼저 경험해보아 나중 사람들이 실패를 겪지 않게 해보려고 1호를 택했을 뿐이다.

에너지독립하우스가 하나둘 늘어나서 원자력과 화석연료 없이 쾌적하게 잘 수 있다는 걸 여러 집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공동으로 발전하고 공동으로 나눠쓰는 에너지독립마을이 만들어져서 작은 규모의 독립적인 재생가능 전력망도 생겼으면 좋겠다. 또 그러다가 독립은 여건상 어려워도 원자력 전기만큼은 못쓰겠다는 사람들이 운동을 벌여 작은 태양전력판매회사들이 태양전기를 팔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러자면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 보조금을 거부하고 좋은 것에 내 돈을 들이겠다는 사람들, 에너지 저장설비와 같이 당장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미래를 위해 확산이 필요한 데에 먼저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각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후 실현 단계에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문명의 바탕이 되는 기술적 방향은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에 의해 결정되는 듯 하지만 원자력을 반대하는 운동처럼 이제는 기술도 민주주의의 영역으로 들어와 시민이 스스로 기술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 시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각성된 개인들이 기술을 택하여 키우고 퍼뜨려 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2천년대 한국의 에너지전환운동은 태양광 발전을 시민의 힘으로 확산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액티브 기술을 소비하는 노력을 펼쳐왔다. 이제 여기에 더하여 파시브 기술 소비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적은 에너지로 더 쾌적한 삶을 마련해주는 파시브하우스 기술과 같은 파시브 기술이야말로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가능에너지에 기초한 작고 분산적이며 평등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초석이 된다. 거리에서 시민들이 승리를 거두듯이 삶의 곳곳에서 먼저 삶의 기초를 바꾸며 승리를 일구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해본다.

2019년 7월 3일
최우석(녹색아카데미)
[작은 것이 아름답다](2017년)에 실었던 글을 조금 고쳐 소개합니다.
다음 회 예고 :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2. 내 똥이 검은 흙 되어 밭에 들어가다”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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