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4.하수독립, 버릴 것 없는 물살림

2013년에 에너지독립하우스를 지었습니다. 집을 지어 살면서 운영하는 이야기, 어려움, 기술적인 기록들을 여섯 회에 걸쳐 공유합니다.

2019년 7월 18일
최우석 (녹색아카데미)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1. 에너지살림
2. 내 똥이 검은 흙 되어 밭에 들어가다
3. 봄철 실내 공기질은 덤
4. 하수독립, 버릴 것 없는 물살림
5-1.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1/2)
5-2. 에너지 독립의 여름과 겨울 (2/2)


하수독립, 버릴 것 없는 물살림


우리집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는 손바닥만한 텃밭에 대략 1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는 일이다. 우습게도 작물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집 오줌통과 하수통 사정이 먼저다. 우리집 물주기는 물버리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독립하우스 1호를 지을 때에는 에너지독립 뿐만아니라 몇 가지 다른 독립에도 욕심을 내었다. 앞서 소개한 화장실 독립이 그 하나이고, 하수 독립이 또 다른 하나이다. 우리집에서 쓰고 버리는 물은 하수 시스템이나 가까운 도랑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우리 밭과 마당 흙으로 스며든다.

텃밭은 집에서 나오는 하수와 오줌을 거름으로 쓰는 동시에 처리해주기도 한다


현대의 거대하고 중앙집중적인 각종 시스템들은 정말 혁신적이고 놀라운 문명의 산물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비싸고 아둔하며 그야말로 단기적인 체계로 보이기도 한다. 똥처럼 소중한 자원을 언제까지 물에 떠내려 보낼 것이며, 설겆이하고 빨래하고 몸 씻은 물을 언제까지 내버릴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우리가 문명사적으로거나 생명사적으로거나 극도로 특수한 시기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저버리기 어렵다. 

우리집은 허드렛물을 하수관로를 거쳐 강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영 마뜩치 않아 하수 독립 시스템을 만들었다. 내가 쓴 물은 우리집 울타리 안에서 처리한다는 게 취지였다. 땅이 충분히 넓었다면 마당에 여러 단계의 못을 파고 정화 식물이라고 알려진 수생 식물을 심어 허드렛물 정화 시스템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 한 채 겨우 앉힐 만한 땅이라 정화를 위한 연못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하수독립시스템 구조


그래서 대안으로 정화를 위한 물탱크 시스템을 만들었다. 5톤 짜리 물통 하나와 1톤 짜리 물통 하나를 땅에 묻고 2단계로 물이 머물렀다가 흘러나오게 하였다. 2차 물탱크에는 펌프를 설치해서 단추를 눌러 물을 뽑아 올릴 수가 있고, 이를 다시 오줌통을 거쳐서 오줌과 허드렛물이 1:8로 섞여서 나오게끔 하였다. 이 물은 땅 경계를 따라 만든 작은 텃밭으로 들어가 거름으로 사용된다.

실상 이 시스템은 아무 것도 아니다. 설겆이, 목욕, 빨래한 물을 모아두었다가 퍼올릴 수 있는 통을 마련하고 통이 찰 만하면 퍼내서 밭에 주는 것이다. 물이 머물러 있는 동안에 시시때때로 미생물혼합액 EM을 흘려 넣어서 미생물 분해를 꾀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 하수 독립 시스템의 핵심은 내가 써서 더럽힌 물을 내가 직접 보는 것이다. 내가 더럽힌 물을 남의 땅으로, 또는 내가 상관하지 않아도 될 어느 곳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집 텃밭에 주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더러움의 수준을 관리하지 않으면 감당을 할 수가 없다.

텃밭에 물주기. 오줌 : 하수 = 1 : 8

우리집은 쓰고 버린 물을 밭에 주어야 하기 때문에 몇 가지 차원에서 더러움 관리를 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대소변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똥오줌과 허드렛물을 마구 뒤섞은 물을 어떻게 밭에 주겠는가? 당장 편하자고 뭐가 되었건 마구잡이로 뒤섞어 버리면 그 후과는 감당할 수가 없다. 우리집에서 하수를 텃밭에 줄 수 있는 첫째 요인은 뭐니뭐니 해도 똥오줌을 물에 쓸려보내지 않기 때문이다.(아래 그림 : 똥과 오줌을 분리해주는 변기)


두 번째로는 분해가 어려운 세제를 쓰지 않는 것이다. 우리집은 베이킹 소다로 빨래를 한다. 보통 쓰는 합성 세제를 쓴다면 우리 밭의 오염 수준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합성 세제의  대안을 여러 가지로 실험하였는데 베이킹 소다가 부담도 적고 빨래도 잘 되었다. 평소에 소다로 빨래를 하지 않는 집도 그릇이나 싱크대, 또는 옷의 찌든 때를 뺄 때 소다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소다에는 세정력이 있다.

우리집은 드럼세탁기에 합성 세제 대신 베이킹 소다를 넣고 빨래를 한다. 소다는 금방 빠지기 때문에 헹굼은 두 번만 한다. 덕분에 1회 세탁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아질 뿐더러 세탁 상태도 양호하다. 설겆이도 트리오류의 세제를 쓰지 않고 설겆이용 비누를 쓴다. 아마 많이들 쓰고 계시겠지만 향 같은 것만 첨가하지 않은 통상의 비누이다. 설겆이도 잘 되고 그저 비누일 뿐이라 허드렛물을 크게 오염시키지도 않아 아주 좋다.

세 번째는 비누로만 씻는 것이다. 머리감는 샴푸나 몸닦는 샴푸류는 하수 독립 시스템에서는 골치거리다. 대신 머리결을 좋게 하기 위해서 비누로 머리를 감은 뒤 식초로 린스를 하기도 한다. 비누 샤워로 피부의 기름기가 너무 많이 닦여나가면 바디 크림을 발라준다. 치약도 시중의 거품 많은 치약은 곤란하여 한살림 치약을 쓴다.

아마 생태적으로 살고자 하는 분들께는 이런 생활 습관이 그렇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머리결을 지키면서, 피부 윤기를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쓴 물을 덜 더럽게 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강박적이고 피곤한 삶이 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나은 점이 많다. 어쩌다 어디 여행을 가서 바디솝로 샤워를 하면 그 미끌거림이 쉽게 없어지지 않아서 몸 씻는 시간이 길어지곤 하는데 비누로 샤워를 하면 거품도 쉽게 나고 금방 씻겨나가기 때문에 더 좋다.

어쨌든 누구라도 자기가 쓴 물을 집 앞 텃밭에 주어야 한다면 똥오줌과 합성 세제, 그리고 샴푸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대 거대 시스템들의 공통적인 문제점 한 가지는 내가 저지른 결과를 숨긴다는 데에 있다. 자기 집 울타리 안에서 전기를 얻어서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세상 그 누구라도 핵발전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사용 후 핵연료도 자기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하면 자기 집 마당 한 켠에 소형 핵발전소와 고준위핵폐기물처리장을 지어 가며 원자력 전기를 쓸 사람이 있을까.

핵발전 만큼 심각하다 할 수는 없지만 물쓰기도 비슷하다. 편리함과 기능 때문에 물에 뭐를 섞어 내보내든 신경쓰지 않는 무신경함은 내가 뒷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시스템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순간순간 피곤하게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우리집에서는 텃밭에 물을 주면서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챌 수가 있다. 많은 선각자들이 자기가 눈 똥을 늘 살피면서 자기 삶을 반추한다고 하는데 우리집에서는 밭에 물을 주면서 나의 물살림을 돌이켜 보는 것 정도는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4년차 포도나무

나처럼 텃밭 일에 게으른 사람이 해마다 들인 공에 비할 바 없이 맛있는 것들을 풍성하게 얻어 먹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집 오줌과 허드렛물이 웃거름 되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4년차 포도나무에 빽빽하다 싶을 정도로 포도가 열렸는데 솎아주지 못한 탓도 크지만 그럼에도 송이마다 풍성하게 알이 맺히고 있는 건 화장실 독립, 하수 독립 시스템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살림을 하다 보면 늘상 살피는 것이 여러 가지이지만 우리집에서는 오줌통의 노란색 막대 상태도 그 중 하나이다. 오줌통이 차오르면 노란 막대가 점차 솟아오른다. 막대가 최고로 높이 올라오면 밭에 물을 주어야 할 때이다.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물을 주고 나면 오줌통이 비고 막대는 다시 내려간다. 매번 확인하지는 않지만 하수통이 이렇게 물을 주고 나면 한참 수위가 내려가 있을 것이다.

실외에 설치한 오줌통의 수위 표시 막대

이렇게 막대가 내려가면 무슨 큰 일이라도 한 듯 뿌듯하고 마음에 평화가 온다. 또 한 주일 시원스럽게 오줌을 누어도 된다. 내가 저지른 일들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은 아주 건강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내가 눈 똥과 오줌이 통을 채워가고, 내가 쓰고 버린 물이 찰랑찰랑 수위를 높여가며, 내가 쓴 에너지가 배터리의 저장고를 낮추어 가는 상황을 매일 보고 느끼고 신경쓰는 삶은 지속가능한 정직한 삶이라고 믿는다.

2019년 7월 18일
최우석(녹색아카데미)
[작은 것이 아름답다](2017)에 실었던 글을 조금 고쳐 소개합니다.
다음 회 예고 : “에너지독립하우스 살림 – 5.에너지독립의 여름과 가을” (1/2)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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